보름달
시골 마당에 숨박꼭질하는 애들
짚동가리 사이로 모두 깊이 깊이 숨어라
거기 환한 달빛 비춰, 깜짝 놀라
나는 왜 숨어 다닐까, 숨어 다닐까
보름달
시골 마다에 술래 잡기하는 애들
술래한테 채일라 모두 빨리빨리 뛰어라
제 그림자 밟으며 골목 골목 달리다
나는 왜 쫓겨 다닐까, 쫓겨 다닐까
보름달
시골 마당에 밤 늦도록 놀던 애들
집안 식구 깨일라 살금 살금 들어가라
방문 여는 소리 너무 커서 깜짝 놀라
나는 왜 몰래 다닐까, 몰래 다닐까
보름달
서울 한 복판 많은 업무에 시달리다
친구하고 한 잔하고 통금 직전에 나와
방범대 호각에 놀라 허둥지둥 달리다
나는 왜 쫓겨 다닐까, 쫓겨 다닐까
(1981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