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문 저녁 서울역 뒤 어디쯤
거기 좁은 계단 저들 앉아있네
한 손엔 뭔가 들고 쭈그리고 앉아
아무생각 없이 무얼 기다리나
기차는 떠나고 미동도 없이
저들 갈 곳 없어 처연히 앉았네
거기 그들과 함께 주님 앉아계셔
빈 그릇 내밀던 그 여윈 손목
내 손은 떨려 고갤 떨구었네
내 눈물 섞인 밥을 주님 드셨으리
벌써 빈자리엔 잠을 청하는 사람들
차라리 눈감고 다른 세상 꿈꾸나
거기 그들과 함께 주님 누워 계셔
신문지 몇 장 깔고 지친 눈 감으셨네
여우도 굴이 있고 새도 둥지 있어
오직 인자는 머리 둘 곳 하나 없네
이제 어둠은 짙어 여기 낮게 드리우고
길 건너 어지런 불빛 뒤로 달조차 숨었네
조촐한 상, 이부자리 펴드리지 못하고
내 거기 머리 둘 수 없어 말없이 돌아섰네
내 거기 머리 둘 수 없어 말없이 돌아섰네
아 그러나 여기 종착역 아니지
우리 다시 일어나가야 할 길 남아 있지
어둔 밤 지나가면 새 날은 오리니
그 새벽 첫차를 타고 여길 떠나리라
그때에 주님과 함께 먼 여행 떠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