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여기 있었을 뿐
단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던가
끝내 황폐한 내 맘속을
숨겨온 것뿐인가
그냥 거기에 머물렀고
언제 다시금 불안한 일탈을 꿈 꿀런지 나의 깊은 절망
많은 날들을 희망에 기대 여기저길 서성였고
그 젊은 날 난 절망을 배워 그 발걸음 멈춰 세웠네
*내 안의 폐허에 닿아 차갑게가득 어둠이 드리운 내 맘을 펼
쳐보았네
살아온 날들이 흘러 회색 빛 가득 눈물이 드리운 내 맘이
부딪혀 깨어지는 소릴 들었네
그래 나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던가
그대로 여기 있었을 뿐
조각난 모든 상처의 얼굴들
다시 되돌려 하나씩 더 뚜렷이 각인할 뿐
이젠 지우고 떠났으면
돌아서려니 너무나 정다운
그리운 얼굴 긴 그리움
내안의 폐허에 닿아 물거품처럼
짧은 이별을 말하는 너를 보았네
수많은 시간을 돌아 소리쳐 봐도
너무 쉽게 날 잊고 굳게 입을 다문 너와 마주했네
난 아무것도 그래 난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네
내 안의 깊은 폐허 속에
잊지 못하는 기억과 상실에
메마른 눈물 흘리는
작은 새가 노래하네
이제 날아가야 한다고
검게 그을린 날개를 펼치며
목 쉰 소리로 노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