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 버린 땅일지라도
한 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왜 머뭇거리나
하느님 앞에서 무엇이 두렵나
장부이기를 맹세했으니
두려워하지 말자
내 살갗을 파내듯 에이는 이 고통
내 어머니 어머니의 가슴을
헤집는 이 시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오늘이 과거로 바뀌는 이 순간
나는 무엇을 생각하나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
하늘에 대고 맹세해본다
하늘이시여 도와주소서
우리 꿈 이루도록
하늘이시여 지켜주소서
우리 뜻 이루도록
하늘이시여 도와주소서
우리 꿈 이루도록
하늘이시여 지켜주소서
우리 뜻 이루도록
장부의 뜻 이루도록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