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난몰랐네

임병은

- 삶의 향기를 위하여 -

누구든 언제인가는 죽게 될 그 날이 내일이라고 생각하여 보면 ....... 삶의 진솔한 향기가 자연히 피어날까? 아님 내일 죽을 터이니 오늘 먹고 마시고 즐기자 이럴까? 임종의 순간을 앞에 두고는 다들 착해 진다고 하든데……. 적어도 다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산다면 후회 없이 살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데…….

21세기에 들어선 우리 또한 항상 불투명한 내일 앞에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지 않은가? 나 또한 91년 산업 재해로 인한 교통사고 후, 지금까지 내 생의 절반을 넘기며 살아온 것에 비추어 앞으로 얼마만큼 더 살수 있을지를 헤아려 보면 내가 살아온 마흔 두 해도 쏜살같을 진데 …….

누구든 자신의 남은 삶의 길이를 살아온 날과 비교하여 되짚어 생각해 보길 바라며 ……. 우리는 후유증으로 얻은 장애와 지병으로 인하여 예측 할 수 없이 병원에 자주 실려 가는 불투명한 내일이기 때문에라도……. 오늘 그 날이라 생각해 보고 이 글을 써 봅니다.

< 아내에게 >

여보, 내 지금까지 살아온 적지 않은 마흔 두 해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이었지만 그동안 사랑하는 당신에게 유산으로 상속해 줄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만 사랑한다는 오직 당신만을 사랑했다는 이 말만을 남겨 줄 수밖에 없음에 이제 홀로 지내야 하는 병약한 당신의 건강에 더욱 안타까워 할 말을 잃습니다…….

진정으로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행복했었습니다. 특히 내가 장애를 입게 된 이후 당신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처녀 시절부터 지병으로 알아 오던 중증의 심장병에도 불구하고, 어렵지만 규모 있게 꾸준히 알뜰살뜰 꾸려온 살림 덕분에 오늘까지 쥐꼬리 만한 작은 월급에도 풍요함을 누리며 살게 되었던 것은 내가 마누라 하나는 잘 얻었던 것으로 여기고, 항상 흐뭇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매월 수입 중 절반에 가까운 4~5 십만 원이란 적지 않은 액수를 시부모님을 위해 따로 때어 놓고 생활하고 친정을 위해서도 1~20 십여 만원의 돈을 정기적으로 드리기에도 쉽지 않을 터인데도, 어려운 살림에서 그분들께 불평하나 없이 살아온 당신에게 나는 왜 애쓴다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 못했는지 모르겠소.

그래서 이제라도 말하는 것인데 말이오. 여보! 우린 89년 결혼 시절부터 아무것도 갖은 것 하나 없이 그저 4백 만원 단칸 전세(300만원은 회사 융자)에서 지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당신의 근검절약과 수고로움으로 이어진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들 이어서 항상 나의 마음 한구석이 조금 아팠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전합니다.

또 한 가지 나의 마음을 걸리게 하는 것으로 당신에게 전하여 줄 말은 우리들의 교제 시절, 항상 나의 입에 붙어서 당신의 손 모양만큼은, 지금보다 더 험하지 않도록 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고 했었는데 몇 일전 말없이 잡아 본, 힘겹게 설거지를 막 끝낸 손길에서 표현은 못 했지만 나 자신이 지키지 못 할 약속을 한 것 같아 얼른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했었다는 것을 전하여 주고 싶소.

이제 마지막으로 꼭 한 가지 당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오. 내가 만약 뇌사 같은 회생 불능의 사고에서 깨어 날수 없다면, 지금까지 84년과 94년에 이르는 2번의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고 아직도 시달림을 받는 당신에게, 나는 같은 혈액형이므로 제일 먼저 나의 심장을 옮겨 주고 싶소.

또한 남은 육신의 한 부분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도움과 희망이 된다면 이식 가능한 그 어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옮겨져서, 장애가 없어진 온전한 삶으로 다른 사람 속에서 사고 후의 장애에서 벗어나 온전히 사용되어질 수 있도록 기증하여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보! 내가 평소에 다 하지 못한 마지막으로 할말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것은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아니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다시 당신을 만나서 당신만을 사랑 할 것이라는 이 말을 꼭해 주고 싶었다오.

여보. 사랑하오. 그리고 그동안 함께 했던 기쁨과 슬픔의 날들에 대하여 진정 고맙고 감사하오.

< 남편에게 >

어차피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시간의 수레에서 내 생애가 잠깐 빛났다가 사라지는 촛불 같을지라도 저 역시 당신과의 만남은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늘 함께 할 수 있었음에 또한 고맙고 진정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당신과 함께 했던 인생의 날들 중에는 칼로 물 베기와 같은 아픔의 순간순간들도 어쩌면 하나의 절충 과정으로 지금에 이르러 번복하지 않게 하는 시행착오로써 삶의 소중한 교훈이 되었는데…….

그렇게 인생을 배워 알만하고 이제는 살아 볼만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이때 우리는 남은 삶을 헤아려 이별을 준비하며 또 얼마나 가슴 아파 해야 합니까? 그래요. 어떠한 형태이든 숙명처럼 이별이란 배경 아래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보내 드리고 떠날 수밖에 없음에 마음을 다잡아 보아도 헤어짐으로 가슴이 아파지는 것만큼은 누가 되었든 남은 자의 몫인가 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헤어짐에만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성서로서 희망을 주는 우리의 님께서 마련하신 단순한 윤회가 아닌 또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다시없을 만남으로 이어 질 수 있기에 순간의 아픔들에서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질로는 잠시 존재하는 약간의 연금과 서민 아파트가 남겨질 우리의 전부이겠지만 그러나 그 어느 것 보다 소중하고 지속적인 것으로 굳은 믿음 아래 우리가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하느님과 세 겹의 띠로써 사랑만큼은 과거나 미래에도 변함없을 것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 또한 불투명한 미래에서 당신의 글을 대하고 기슴이 저려 옮을 느끼며 그동안 사랑했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저 역시 남은 그때가 언제일지 모름으로 얼마 되지 않는 우리의 물질에는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자녀가 없는 까닭에 우리 중에 어느 누가 남든 살아가는 동안 양가 부모님께 충실하고 모두 돌아가시면 그 후 우리의 남은 부분 모두 사회사업에 기탁하여 온전히 쓰이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저 역시 당신께 더 편히 잘해 주지 못하고 바가지만 긁던 것이 생각나 미안하며, 궁핍한 생활에서도 마음으로라도 풍요롭게 생각하며 끝까지 잘 참고 나 하나만을 사랑하여 준 당신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여 드립니다. 그리고 이재서야 불러 봅니다. "여보" ~ 사랑해요…….(당신께 할말이 참 많을 것 같은데 정작 이렇게 앞에 대하고 보니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만 맴도네요)

- 비 -

유리창 밖을 구르는 빗방울은
만유 인력이란 자연 법칙에도
잠시 판결을 기다리며 머물고

세상 온갖 죄를 다스리려하듯
천둥으로 추상 같이 호령하고
번개 같이 단호하게 행하여서

온통 빗방울에 비추는 세상을
하늘을 거꾸로 아래에 세우고
죄의 무게 따라 곤두박질한다

부도덕한 세상 심판 판결처럼
사십 주야 끊임없이 쏟아내려
세상만사 온갖 쓰레기를 씻듯

우리 마음속의 갈등과 잡념과
아집과 편견들을 한번에 모두
말끔하게 닦아 내리게 하시고

그 곤두박질하는 빗방울 속에
인류의 사악한 마음과 오염과
눈물과 한숨과 애달픔을 씻고

오색 무지개 약속으로 가득히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한아름
우리 마음속 촉촉이 내리소서

- 채송화 -

키 낮은 수줍음으로
아름답게 피어나

화단 속 모든 꽃보다
다소곳이 앞에 앉아

아이와 같은 겸손한 고개 짓에
화사하게 미소 짓는 너는

채송화

- 평생의 빚 -

평생을 갚아도 끝이 없는 빚을
우리는 바쁜 하루의 일과 속에
가슴에만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사랑의 빚이 제일 큰 하나이고
은혜의 빚이 또 다른 하나이며
자비의 빚 또한 그 하나입니다

우리 그로써 인생의 참 의미와
삶의 빛과 길이 열리며 보였고
올바른 행로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그 빚을 가슴에서 꺼내어
보은의 정성으로 온 마음 모아
매일 감사와 수고로 살펴 키워

이슬 머금은 아름다운 꽃 피워
다른 누군가에 분양하려합니다
평생을 갚아도 끝이 없는 빚을

- 첫사랑 -

만나면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이며
함께 할 수 있음에 흥겨워 가슴 졸이고
시간가는 줄 모르던 그 아득한 기억들

늘 말보다 더 따듯한 느낌으로 전해지던
수많은 눈길 속의 그 부드러운 속삭임

처음 손과 손을 마주할 때 그 짜릿한 감촉과
간절한 바램으로 나누던 첫 키스의 달콤함

헤어짐이 아쉬워 서로 바래주다 밤이 깊어
부모님의 노파심에 꾸중 들어야 했었던 날도

끝내 전하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던 그 말
마음속으로만 되 내이던 사랑해요. 사랑해요…….

이 모든 것 이룰 수 없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 순간까지 간직했던 일이기에
그 때 그 순간은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 나의 날씨 -

내 마음속 높고 파아란 하늘에
우울증 장마 전선으로 뒤 덮고
그 육신에 짙은 어둠 덧칠하여
몇 일 밤낮 통증으로 쏟아진다

불치의 장애와 합병증 몇 년간
의욕 마저 상실한 나의 자아는
창살 없는 감옥에 매인 슬픔에
세찬 소낙비로 온 몸을 때리고

아내도 앓고 있는 심장 질환에
슬며시 다가와 꽃 피우는 것은
반짝 틈 사이 호랑이 장가가고
여우 시집가는 빗속 햇님 얼굴

청명한 날 같은 육신의 바램과
내 영혼의 간절한 소망 하나는
이승과 통증 틈 사이 햇살처럼
고통 없이 미소짓는 아내 얼굴

- 또 다른 기상 예보 -

어릴 때 할아버지 할머니 허리를 두드리며
한숨 섞인 말씀으로 오늘 비가 오려나보다
장독들 열지 말거라 하시던 기상 예보처럼
언제부턴가 아직 젊은 나도 그렇게 되었다

장애를 입은 후 날씨의 변화가 있을라치면
탤레비젼의 일기예보가 정확한지 확인하듯
움직이지 못하는 온 몸이 저리고 쑤시기는
정도를 달리하며 사람을 온통 지치게 한다

어느 정도 잠을 설치며 고통받는 강도에서
비가 오는 몇 퍼센트의 가능성을 달리하며
흐리다가 개일 정도 변화까지 감지할 만큼
내 몸은 또 다른 기상예보기로서 살아있다

이는 전신마비 장애로 인하여 자연이 생겨
어떤 의미로든 살아 있음을 확인하려는 듯
나 장마철을 앞두고 두려움에 마음 졸이며
작은 날씨 변화에도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 부부 -

서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공통의 사랑 찾아 헤매이다

믿음의 바탕으로 언약 맺고
부부 일신으로 사랑 가꾸며

아담하고 소중한 가정 속에
소망 먹고사는 우리는 부부

비와 바람의 시련이 있기에
서로의 믿음 더욱 다져지고

폭풍우 같은 병마의 순간도
사랑의 튼튼한 울타리 쳐서

희망의 등불 꺼트리지 않고
행복을 가꾸는 우리는 부부

- 아내 -

오직 하나 사랑이란 미명의 눈가림에
소녀의 꿈과 자신을 희생하고 환생한
아름답고 고귀한 당신의 이름은 아내

아내라는 새로운 이름의 삶을 통하여
오붓하고 따듯한 가정 만들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이 세상모두인 것과 같이

정열적인 사랑으로 용기 잃지 않도록
우아함과 믿음으로 희망 잃지 않도록
남편과 아이들의 키에 높이를 맞추어
자신을 조절 할 줄 아는 당신은 아내

물질은 부유하지 않고 때론 가난해도
훈훈하고 다정한 가정 만들어 가꾸는
그런 소중한 아내 우리에게 있음으로

아내라는 이름의 유일한 자리 매김은
진정 세상 무엇들과 비교하지 못하는
참다운 가치의 아름답고 소중한 이름
- 어머니 I -

내가 너를 대신 하여 줄 수만 있다면 하시며
눈물 글썽이시고 뒤돌아
몰래 눈물 닦으시던 어머니

저의 교통사고 후 후유증으로 생겨 버린
장애와 질병이 자신의 몸인 것처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같이 싸워 주시는 어머니

회복 불가능의 충격을 견디지 못해 절망할 때
오열로 한없는 눈물 흘려주시고
같이 절망하시던 어머니

어머니 !

저를 잉태하시고 해산의 고통을 감내 하셨으며
철들도록 끝없는 인내와 교훈과 사랑으로
감싸 안으셨던 어머니…….

제 나이 올해 마흔 넘어
세상을 조금은 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없이 깊고 깊은 당신의 사랑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여든이 가까워 노쇠하여지신

나약한 당신의 모습이지만
세상을 사는 마지막 힘과 용기는
저와 함께이기 때문이시라며
매일 하느님께 기도로
저의 회복과 건강을 기원하여 주시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몇 번을 불러 보아도
항상 불러 보고
또 불러 보고 싶은 어머니

어머니~ 저는 오늘도 멀리서
당신을 불러 봅니다.

어머니 . ~~~

- 어머니 II -

혹시 나쁜 일에 미혹될까
행여 딴 길에서 헤매일까
온종일 사랑과 징계로서
인생의 길을 열어 주신
어머니

마음으로 올바르고 정직하게
정성으로 용감하고 성실하게
심혈로서 정의롭고 강직하며
밝고 건강하게 키워 주신
어머니

사랑으로…….
마음으로…….
정성으로…….

몸소 보여 주신 어머님의 모든 것
내 어찌 갚아 드릴 수 있을까
헤아리다……. 헤아리다 다 못 해이고

속 썩이고 애태우던 것만 헤아려져
그만 꿈속으로 어머님을 뵈려 갑니다.

어머니……. ~
- 하늘을 보자 -

마음이 울적할 땐 하늘을 보자

한 조각 자유로이 흐르는 구름에
그 마음 싣고 한없이 달려 보자

부자유한 육체가 버거울 때에도
한없이 넓고 푸른 하늘을 보자

넓이와 깊이를 알 수 없는 만큼
무한의 가능성을 담을 수 있기에

너와 나 힘겨울 땐 하늘을 보자

즐겁게 웃음 짓고 행복할 때에도
그 기쁨 웃음 행복을 가득 담아
하늘을 통하여 모두 전해지도록

맑고 투명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자

- 아버지 -

당신은 저의 어린 시절
가장 힘세고 듬직한 분으로
저의 곁에 계셨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모습은
세월이 흐르면서 삶의 무게로
차츰 힘을 잃으셨어도
언제나 자상하고 근엄하셨으며
항상 한결같이 변함 없으셨지만
성장하는 저희 눈 속에 비추인
이마의 세줄 굵은 주름살은
말없이 삶의 깊이와 애환을
그려 보여 주셨습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안 계신 지금
저로 하여 아버지로서
자상하고 근엄할 수 있고
기쁠 때만이 아니라
슬프고 힘겨운 삶의 무게도
감당할 수 있도록 보여주신

당신의 깊은 삶에 감사드리며
아버지의 그 생애 속으로
또 다른 윤회를 위하여
당신을 쫓아 걸음을 옮깁니다.

아버지…….~

- 담배 -

호기심과 멋스러움에 태우는 한 개피 담배는
깜박이는 빨간 불빛에 생명까지 태우는 것이

언젠가 사그라진다는 인생에 대한 의미인가
타 들어가는 것에 비례하는 생명에 길이인가

깜박이는 만큼의 수많은 고비 길의 인생인가
태우는 만큼 깜박거린다는 건강의 경고인가

- 우리 님  -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며시 다가오신
우리 님

말보다 더 강한 믿음으로
마음 속 따듯한 사랑으로
온 세상 가득 채워 주신
우리 님

눈감고
보지 않아도
또렷이 그릴 수 있는
우리 님의 모습

말하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항상 내 귓가에 맴도는
우리 님의 음성

멀리 있어도
바람 불지 않아도
은은하게 전하여 오는
우리 님의 향기

눈빛 한번으로
손짓 한번으로
간절한 서로의 마음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하는 우리 님

나에게
이러한 능력
불어넣어 준
우리 님은
사랑의 마술사

- 사랑 -

눈감으면 잊혀질까
멀어지면 잊혀질까
헤어지면 잊혀질까

그러면 그럴수록
뚜렷이 남는 한 가지

사랑
- 불륜 I -

불륜 인줄 알면서도
오늘처럼 그대를 사모하여 본 적이 없습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나의 마음이
또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오늘은, 오늘만큼은,
간절히 그대를 사모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그대를 거부하지만,
나는 그대가 누구 곁에나 짙게 유혹하는
불륜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내가 생명으로 태어나 엉덩이를 맞으며
첫 울음을 발하는 그 순간
그대는 그림자로써
내 곁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 나를 기다려 온 그대를,
까맣게 잊고 살다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리고 아버지가
그대에게서 돌아오지 못함을 알았을 때
나는 그대의 그림자를 기억하고
떠올리며 미워하다 못해 증오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존재하는 매 순간
끊이지 않고 한결 같이
나와 함께 하며 기다려 온 그대이기에,
그리고 그대의 품을 벗어날 수 없는
유한한 인생이기에,
또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나를 진정으로 해방시켜 줄 그대이기에
오늘은, 오늘만큼은,
불륜 인줄 알면서도
그대를 진정으로 사모합니다.

오늘은 침상 속 가까이,
짙은 그대의 그림자를 확인하며
불륜의 열애에 빠진 것은
몇 일째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혼돈 속의 삶에 기로에서
편안한 안식처를 바라는
이 육신의 마지막 위안이며 사랑입니다.
…….

- 불륜 II -

오늘도 육신의 나약함으로
강한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가족 모두를 저버린 체
이렇게 불륜에 빠져 헤매이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이 고행에서 헤어나
편안히 안주하고 싶기에
이것이 불륜 인줄 알면서도
불가항력적인 힘에 끌려

나도 모르는 유혹에 빠져 이렇게
오토바이를 탄 듯 전신을 전율하며 벌이는
우리의 불륜의 열애에서
나도 모르게 내어 지르는
요란한 신음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더욱 더 깊이깊이
빠져드는 불륜

오늘도
인간의 불완전함을 핑계 삼아
세상 모두를 저 버리고
숙명으로 우리 언젠가는 맺어져야 한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이처럼 너 하데스를 거부하지 못하고…….
- 인생에 의미 -

금강석의 영롱한 오색 창연함이나
꽃처럼 형형색색 피지 못하였어도

하늘과 땅과 바다 속 모든 것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롭게 빚어내어

진리와 빛으로서 밝은 소망주시고
성서의 말씀에 생명의 믿음주시고

독생자로 인한 끝없는 사랑주시며
누구에게나 고루 햇살 비춰주시니

인생으로 무한 축복주신 님이시어
영원토록 찬양과 찬송을 받으소서

햇살 비추이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풀 섶에 내린 이슬 같은 인생에게

순간의 순간들도 겸손과 감사로서
당신 곁에 머무르게 하여주옵소서

- 주름살 I -

아버님 얼굴에 주름살 세게
훌륭한 가장의 책임에 대한 명예의 훈장

어머님 얼굴의 주름살 네 게
세상의 온갖 풍파 지켜 주신 공로의 훈장

저의 얼굴에도 주름살 두 게
장애와, 후유증에 지쳐 버린 마음의 흉터

- 주름살 II -

세월의 흐름 속에 말없이 생긴
인생의 깊고 깊은 사연의 굴곡
보기엔 그냥 얕은 세줄 이어도

기쁠 땐 기쁨의 깊이로 패이고
슬플 땐 슬픔의 깊이로 패이는
희 노 애 락이 깊게 담겨 있어

어려울 때 꺼내는 지혜의 곡간
힘겨울 때 꺼내는 사랑의 곡간
절망의 때 꺼내는 희망의 곡간

- 혼미 -

무엇이 옳고 그름인가
나 이제 혼미 속에 갈피를 잃고 있다.

삶은 한없는 고통과 투쟁의 연속
이제 포기하고 편안히 안주하고 싶다.

나름대로 자조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싸워 온 적지 않은 투병과 재활의 순간,

병약한 아내와 노쇠하신 어머니의 희생뿐
싸워도, 싸워도 제자리뿐인 다람쥐 채 바퀴 속.

나 있음으로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는 두 분
나에게는 그 자체만으로 또 다른 혼돈.

무엇이 행복인지 무엇이 인생인지,
무엇이 무엇이고 무엇이 무엇인지.

혼미…….
그 혼미의 연속이다.
- 병원 -

처음 너와 만나는 순간
냉정하게 다시는 대면하지 않으리라
단단히 굳게 결심을 하고
모질게 다짐에 또 다짐 해 보지만
질병의 고통과 장애의 버거운 멍에로
다시 너를 찾아야 한다

때로는 희망과 건강을 담보로 하여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되돌아
다시 찾은 너를
이제 까맣게 잊은 듯 떠나려 하여도
너는 변함없이 두 팔 가득
포근히 감싸고 품어 주려 하지만

그러나 따듯하게 보호하고 치료하여
주는 너와 나 사이에는
하루에도 수 없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만 존재하기에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항상 너를 떠나 있어야 하는 나에게
헤어짐은 만남의 또 다른 조건이라는
윤회의 수래 바퀴처럼

나 살아 있는 동안
아니 죽어서도 다시 너를 찾아야만 하는
너와 나 사이는
가까이도 멀리도 할 수 없는 애증의 평행선

- 자유 -

우리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보자

육신의 굴래 벗을 순 없지만
마음은 상상의 날개를 펴고

단 하나 책임의 한계 속에
상식과 관념의 옷 훌훌 벗고

저 무한의 공간 속 너와 나
마음껏 자유의 날개 짓하며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오늘
그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 님 -

내가 모태에서 조직되고 인생으로 태어날 때
난산으로 울지 못하던 제게 어머니의 믿음에
생명의 빛으로 다가와 함께 하시던 님이시어

사랑과 징계로서 성서의 교훈 따라 가르침에
마음 속 깊은 곳 자리하신 나의 님 알게되고
헛된 사랑과 번민 속에 갈등으로 헤매 일 때

진리의 빛으로 다스리게 하여 주신 님이시어
영원 속에 한 순간 사라지는 풀꽃 같은 인생
아직 남은 짧은 생명 소중한 쓰임 새로 여겨

섬광 번쩍이던 혼돈의 세상 부활의 믿음으로
칠흑보다 더 어두운 무의식의 죽음의 잠에서
창 틈 사이 줄달음 치는 석양과 함께 다가와

희망의 태양으로 길 비추어주신 나의 님이여
식물 인간처럼 깨어나지 못함을 담보로 하는
생사를 건 투병의 싸움도 두려워하지 않도록

생명의 원천 당신께 있음을 사무치게 깨달아
님 향한 해바라기 사랑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그 순간 ! (사고 후 중환자실에서 20여 시간의 경험)

너무도 추웠습니다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던 안타까운 소리도 아스라이 멀어지고 무슨 이유에선지 밤과 낮의 변화가 점점 빠르게 변화하면서 사람은 이렇게 그 날을 맞이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언제인지 모르는 순간 섬광 속의 밤과 낮은 멈추었고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얼마큼 지났는지 내가 존재하는지 조차 까맣게 잊혀지며 사라졌습니다

자정을 얼마 남기지 않고 그렇게 그 순간을 맞이하며

…….

저녁의 창문 틈 사이 햇님은 붉은 빛깔로 서쪽으로 줄달음치고 어디에선가 그 햇살 따라 날아든 한 올의 깃털은 내 조그마한 숨소리에 허공을 떠돌다 얼굴을 스치며 사라지고 침대 모서리에서나마 그 햇살 조각 따라 동편을 향하는 눈동자 아니 마음뿐이었는지 모를 내 육신을 발견하고 나는 존재마저 사라져 버린 나를 찾았습니다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아주 가뿐하고 개운하게 편안한 잠을 자고 일어 난 것 같은 느낌으로 …….
- 사랑 -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지는 최고의 가치는
사랑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수많은 소유물 중에서
내 필요에 의하여 소유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랑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그 하나 만으로도 내 인생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사랑

불로도 태울 수 없고
홍수로도 엄몰하지 못하는
절대 불변의 사랑을 위하여
내 몸 내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당신을 위한
진정한 사랑

- 마음의 캔버스 -

새 하얀 우리의 마음 속 넓은 캔버스에
온갖 상상의 나래로 꿈을 펼쳐 그린다.

맨 위엔 양털 구름으로 행복을 채색하고
우리의 무지개 꿈을 밑그림으로 스케치하고
또 한쪽엔 새털구름을 날개옷으로 희망을 치장하고
알알이 영근 과실들로 인내의 결실을 그리며

푸른 대나무 숲을 그리며 꺾이지 않을 재활 의지와
그 속의 지저귀는 새들로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
먹구름으로 찾아오는 살림살이의 걱정과 근심은
유연한 갈대로 대처하길 바램으로 바닥 한편에 그리고

폭풍우처럼 찾아오는 장애로 인한 질병과 고통도
한줄기 햇살이 물리쳐 주길 소원하며 또 그리고
태산 같이 높아 휠체어로는 넘을 수 없던 문턱도
연륙교처럼 넘을 수 있기를 바램으로 그려 넣고

살랑 이는 미풍엔 가슴 조이며 조심스러운 마음에
사랑의 돛을 높이 달아 사회에 함께 하길 소원하며
오늘도 우리는 마음껏 욕심을 내어 그려본다.

이 땅에 모든 젊은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 나는 ? -

나는 누구인가?

이러 지도 저러치도 못하는
언제나 생각만 앞서 있고…….
이젠 그 생각마저 멀어져 버리는…….
나는 나를 잊고 싶다.

진실은 언제나 안으로 갈무리하고
자신의 안위로 현실을 외면한 체
위선의 삶을 꾸려 오지는 않았는지…….
이젠 내가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손가락 하나조차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육신의 버거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그에 항복하려 하는 나에게서…….
나는 나를 버리고 싶다.

하루를 사는데 있어서
삶의 질을 생각하진 못한다 해도
마흔이 넘어서 까지 아니 남은 생애마저
주위의 희생만 강요하는 나는 누구인가?

어린 시절의 꿈과 순수함도
부분 꿈으로 밤을 새우던 연애 시절도

안개 속에 묻힌 기억의 저편에서
아련히 가물거리기만 하는

나는…….
나는 누구인가?

- 사랑싸움 -

분명하게 믿고 사랑하기에
바탕에 사랑을 깔았습니다
믿음도 더하여 깔았습니다

삶과 사랑은 생활 속 현실
격렬한 대화가 오고갑니다
한동안 침묵이 찾아옵니다

시련에 힘겨워서가 아니라
이제는 눈빛으로 말합니다
말보다 더욱 더 진한 사랑
- 방황 -

갈피를 잡지 못하고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 제자리뿐인
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궁리하고 궁리해 보아도
보이는 건 아스라한 허공 뿐

작은 의식 속에
이러면 안 돼 하는 강박 관념에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를 바로 새워
온 힘으로 다시 걸어 보지만
하루하루의 일과가
발전이 아닌 제자리걸음뿐이기에

아니 최선을 다 한다 해도
점점 약화되어 가는 육신의 증상에
또 다시 장애 속에서 자신을 잃고
마음마저 허공으로 동화되어 갑니다.

온갖 것 생각에
이렇게 저렇게도 해보지만
제 자리 걸음도 힘겨운 육신이기에

그 작은 움직임마저
고통의 미로 속에 빠져
몸부림쳐 보지만

고행처럼 이어지는
방황 …….

- 마음 -

무엇이 깃들어 있는가
무엇이 꿈틀거리는가

깊고 깊은 심연
자신도 알 수 없는
무엇을 꽃피우려 함인가

채우고 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

분명히 부도 아니고
또한 명예도 아닌데

무엇이 요동하는가
오늘도 살아 숨쉰다

- 방황 - 2

나 무슨 말을 할까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만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내 스스로의 생각과 다짐뿐!

일어 설 수 없음을 알기에
재활을 지래 포기 한 것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상처뿐 이기로
그 고통이 버겁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여든이 가까우신 어머님의 기도 속에
째깍거리는 심장 소리의 마눌님 정성도

인생의 덧없음으로 주체할 수 없음에
오늘도 허공을 걷듯 방황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나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사시는
어머님이 계시고 마눌님이 있기에
속마음 갈무리 한 채 미소를 보냅니다.

난 할 수 있어~
안심해요~ 라고…….
- 하루 -

온전한 한 개체로
첫 호흡과 첫 울음을 발하던
그 순간부터

아니 어머니의 자궁에서
수태되던 그 때부터 매 순간
우리의 하루는 달랐었습니다.

어리고 철없던 시절엔
하루가 일년같이 언제 지나나

언제 어른이 되나 싶었는데
이제 마흔을 넘기면서
인생을 알만 하면서

비로소 하루가 짧게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이제 좀더 지난 노년에는
어른들의 말씀에 하루가 쏜살같다는
그 표현을 우리도 실감하겠지요?

- 풍선 -

한껏 꿈을 입에 머금고
둥글게 풍선을 불어 본다.

한 개의 풍선 속엔
사랑을 가득 담고 부풀려
살랑 이는 미풍에 싣고
당신을 향한 간절함을
내 님에게 보낸다.

또 한 개의 풍선 속엔
그리움 가득 담아 부풀려서
개구쟁이 시절의 추억에 실어
소꿉놀이하던 친구에게
마음을 전하고,

다른 한 개의 풍선 속엔
내 마음속 모든 미움을 담아
말없이 허공에 띄워 보지만
경고의 의미인지 그냥 삭이라며
곧 내려앉아 '펑' 터져 버린다.

이제 마지막 남은 풍선엔
과거와 현재의 진실을 담고 부풀려
미래의 나를 행해 띄워 본다.

노년에 얻게 될 결과도 소중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부끄럽지 않도록
…….

- 고추잠자리 -

유난히 작은 몸체로 세상 풍파 속에
오늘도 삶에 지쳐 힘없이 앉은 모습
생존 경쟁 속에 이리저리 지쳐 버렸다

동족 중에서도 가녀린 몸으로 태어나
스스로 보호하기 위하여 자구책으로
독 품은 위장 색으로 붉게 물 들였다

- 수술실 -

너를 맞으려 한때는
어떨 땐 두려움으로
어떨 땐 경건함으로
어떨 땐 후회됨으로
너를 맞으려 나가며

너를 앞에 세워서면
때로는 초조함으로
때로는 긴장감으로
때로는 애달픔으로
대면하여 마주 보고

너를 뒤로할 때에는
이제는 평안함으로
이제는 안도함으로
이제는 감사함으로
온갖 상념 떠나간다

- 감 -

무엇이 부끄러워
발그레이 볼 붉힌
홍시가 되었나.

그 여름 뜨거운 열기와
따가운 햇볕과 폭풍에도
온갖 해충의 시달림에도

꼿꼿한 자존심 때문에
젊음과 푸르름 잃지 않고
한없이 낮 세우던 모습이

덧없는 세월의 흐름 속에
과거 몸에 품고 있던
떫은맛이 부끄러웠나.

아니 달콤한 맛으로 변심한
그 자신 스스로 부끄러워
한잔 낮술에 볼 붉혔나
- 봄비에 소원을 담고 -

겨우내 얼어붙은 대지와
꽁꽁 움츠렸던 내 마음에
봄비 스미어 적시고 용해시켜
새 생명을 잉태하게 하소서.

그리곤 이내 생명의 힘으로
얼어붙었던 만물에 움트도록
촉촉하게 내리소서.

그 비는 지붕을 타고
홈통을 흐르는 소리로
어느새 꿈속에서
꼬리를 잡고 이어져
짙은 안개비로 다가와
하염없이 흘러내리며
머리칼을 따라 온 몸에 배어
장애로 인해 황량해진
마음 속 흠뻑 적시 우소서.

비로 인한 상쾌한 봄내 음에
이른 아침 눈을 뜨며
울적해진 모든 마음 깨워
희망의 싹이 돋아나게 하소서.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날씨같이
장애를 보던 세상의 눈길과

새들이 쪼아 상처뿐인 열매처럼
상처뿐인 우리들의 마음에도

불편한 바깥출입으로 담을 쌓아
홀로 외로움에 응어리진 가슴에도

봄비는 촉촉이 내려
스미어 적시고 감싸고 용해시켜
우리 곁에 치료의 손길로써
새 힘으로 내리게 하소서.

- 상사병 -

그리움에
안타까움에

이 마음
시리도록 저리고
가슴은 미어집니다.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아니
울어 보면 풀릴까?
웃어 보면 잊혀질까?

온갖 상념으로
지워 보려고 애써도

꿈속에서조차 떠올라
사무침은 더욱 더
깊어만 가고

말 못하여 못하는 것도 아닌
내 님 외엔 치유할 수 없는
…….
- 부부 -

하나 하나가 만나 둘이 하나되는 것보다
모자라는 반쪽이 서로 만나 하나가 되는

한쪽 다리로 서면 곧 중심 잃어버리지만
둘이 서로 지탱하여 쓰러지지 않는 하나

넉넉함보다는 더러는 많이 부족하더라도
결코 하나 속 각기 다른 둘 아니 됩니다

온 마음으로 하나 된 부부이고 싶습니다
온 영혼으로 하나 된 사랑이고 싶습니다

하나 하나가 만나 둘이 하나되는 것보다
모자라는 반쪽이 만나 하나가 되는 부부

- 꿈 -

요람에서 무덤까지 흐르는 강에
나룻배를 탄 한 사람이 보입니다.

그는 웃고 있습니다.
아니 울고 있습니다.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상류의 얕은 어린 시절은
빠른 물살에 순식간에 멀리 사라지고…….

지금의 꿈속에서 그는 다시 작은 행복을 꿈을 꾸다가
안개 속에 가려진 낭떠러지에서 현실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던히도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쏟아 보지만

악귀같이 붙잡고 있는 아니 내려 누르고 있는 힘에
안타깝게 매번 저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뻔히 안 되는 줄 알면서
그는 본능처럼 또 일어서려 합니다.

이번엔 행동이 아니라 작은 몸부림으로
경련 하듯 살아 있음을 허공에 솥아 냅니다.

그 몸부림은 어느새 메아리가 되고
메아리는 다시 글들로 나타납니다.

그의 울고 웃던 모든 움직임이 다
메아리가 되고 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후의 변론의 순간에 어떠한 영향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는 절박함을 담고

오늘도 살아 있음으로 꿈꿀 수 있음에
나룻배에 몸을 싣고 노를 저어 봅니다.

- 밤하늘 -

낮 달로 걸린 얇은 초승달 어둠을 재촉하고
땅거미 짖어질 때 내 꿈 하나둘 피어오른다

하늘 도화지에 오늘은 어떤 사연 그려볼까
흐르는 별똥 별 꺼질세라 우리의 건강에서

은하수 바라보며 사랑 그 강물처럼 흐르길
두 손 꼭 잡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그려본다
- 꿈 - II

나는 꿈을 꿉니다.
그 꿈에서는 늘 일어서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어서려는 간절한 의지에도
걷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안음으로

비틀 비틀거림에도 다시 좌절하지 않고
항상 꿋꿋하게 걷고 있는 황홀한 꿈을 꿉니다.

부단히 애 쓰며 목발을 짚고 쓰러져 잠든
그 꿈속에서조차 나는 또 그 꿈을 꿉니다.

그리고 허상에 불과한 그 꿈 깨이면
내 몸과 마음은 온통 지칠 대로 지쳐 버립니다.

다시는 같은 꿈을 반복하여 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나는
오늘도 다시 그 꿈을 꾸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움직일 수조차 없는 발 때문에
그나마도 없으면 잊혀질까 두려운 까닭입니다.

- 홀로 되신 어머니 -

결혼 후 서로 다른 각각의 다른 살림에
노년에 상처하시어 홀로 되신 어머니 두고
상경하여야 하는 마음 어쩔 수 없어
자주 찾아뵙겠다는 다짐으로
아무리 스스로 안위해 보지만

어린아이 물가에 놓은 심정이 이럴까 생각 해 보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예전 같지 않으신 당신의 노쇠하신 모습과
혼자 끙끙 알아 누우시면 서도

불편한 우리를 생각하여 재대로 내색 한번
하지 않으시는 갈무리되어진 마음과
노인네 하루가 다르다는 속설 따라
행여 이렇다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노파심이 되어 당신 곁을 떠나지 못하고
"어머니 조금 힘드시면 그땐 바로 이야기하세요."
라며 나란히 누워 이미 쭈구렁해진 가슴에 손을 얹고
그때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잠을 청해 본다.
내일은 어쩔 수 없이 해어져야만 하는 아픔 속에…….

- 아버지 -

아버지…….
당신은 저의 어린 시절
가장 힘세고 듬직한 분으로
저의 곁에 계셨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모습은
세월이 흐르면서 삶의 무게로
차츰 힘을 잃으셨어도
언제나 자상하고 근엄하셨으며
항상 한결같이 변함 없으셨지만
성장하는 저희 눈 속에 비추인
이마의 세줄 굵은 주름살은
말없이 삶의 깊이와 애환을
그려 보여 주셨습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안 계신 지금
저로 하여 아버지로서
자상하고 근엄할 수 있고
기쁠 때만이 아니라
슬프고 힘겨운 삶의 무게도
감당할 수 있도록 보여주신
당신의 깊은 삶에 감사드리며

아버지의 그 생애 속으로
또 다른 윤회를 위하여
당신을 쫓아 걸음을 옮깁니다.

아버지…….~

- 소나무 -

우리 동네 산모퉁이 한 그루 소나무
수없이 화려하게 꽃 피고 지는 갈잎의 유혹에도
날카로운 잎으로 스스로 날 세워 정신 무장하고
길고 긴 세월 짙푸른 색 한결 같네

인생의 풍파 속에 다짐에 다짐을 해보아도
그 짧은 며칠의 시간조차 제 색깔 바꾸며
이리저리 갈팡질팡 흔들리는 나
오늘도 한없는 부러움으로 널 바라본다.

어쩌면 그리도 그렇게 …….
- 계절이 깊어 질 때 -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
어느덧 가을을 배웅하여 옷을 벗고
들판의 온갖 곡식들도 알알이 여물어
무거운 고개 숙이고

무엇인가 무언의 말을 하네.
당신은 어디쯤 머물고 있는지
우리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쯤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

계절이 깊어질 때
산도들도 나무도 바람도 나에게 말하네.
인생으로 살아온 그간 세월
얼마나 의미 있게 지내 왔는지

삶이 메마르고 공허하다면
지금 자연으로 여행 떠나 보세
제각기 분주한 생활 속 여유 찾고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 스올아 ! -

스올아
이제는 너를 반갑게 맞으리라

끝없이 펼쳐지는 갈등과 고난들은 부질없는 것
어차피 유한한 인생 속에
고통은 차라리 삶에 애착을 느끼게 하며
나에게서 너를 부정하게 하는 최후의 유일한 수단

수 없이 많았던 우리의 할아버지에 할아버지까지
아니 미처 채 피워 보지 못하고 너에게로 간
수많은 어린 영혼까지 모두가 알고 있었을까?

너는 모든 생명의 마지막 안식처라는 것을

스올아
나는 오늘도 너와의 극적인 만남을 위해
몇 번을 더 생각하고 생각해 보지만
이제 홀로되신 어머님의 눈물짓는 모습에
자꾸만 미루어지는구나!

살아온 날들보다
너와의 만남의 날이 길지 않다는 것으로
다소 위안을 삼으며…….

- 상사병 - II

무관심 속에 이웃에게서조차 잊혀지는 장애인으로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을 스스로 진단하며 살펴본다.

인기 몰이 식 장애인 운동으로 마음 뺏는 미소 속
영리 목적으로 장애인이 앞 세워져 삐애로 되어도

우리는 그 사회에 대한 기대로 짝사랑이 일관되어
언제나 사랑을 기다리는 상사병 환자 아닌가 싶다

사회는 매번 선거를 치룰 땐 장미 빛 미소를 짓고
큰 상처를 내며 사라지는 썰물처럼 곧 잊혀져가도

그나마 일년에 한번 장애인의 날에 기대어 보지만
진정한 치유책은 사랑이 바탕 된 순수한 배려기에

언제나 상처 입는 것은 약자이니 우리 장애인이여
그 미소를 믿거나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자.

- 하루 -

늘 오늘 같은 하루
길고 짧음의 차이만 있을 뿐

어제도 어제의 어제도
내일도 내일의 내일도

해가 뜨고 지는 스물 네 시간
한결 같이 번복되는 일상

그렇게 언제라고 까지
장담할 수는 없어도
기쁨은 기쁨대로 쌓이고
슬픔은 슬픔대로 쌓여도

내가 있음으로 이어지던 그 하루가
또 내가 없음으로 이어지는 하루가 된다.

모든 탄생의 순간에서
임종에 이르는 순간까지

일순간 사라지는 유성처럼
영원 속에 한 정점을 그리며

- 코스모스 -

붉은 꽃 하얀 꽃 하 세월 속
고운 님 맞이하는 섹시처럼
연분홍 꽃으로 다시 태어나
기다란 키에 기다란 목으로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나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에게나
정상인에게나 장애인에게나
어린아이에게나 노인에게나
남자와 여자 차별하지 않고
한들한들 가녀린 미소 지으며

벌 나비에 수줍은 볼 붉히고
미풍 숨길 온몸 간지러운 듯
넋 잃고 보는 것 부끄러운 듯
청초한 향기와 이슬 머금고
아양 띤 몸놀림과 세월 속에

- 고향 -

뉘엿뉘엿 저무는 햇살에
산기슭 어스름한 그림자를 보며
메마른 도심의 삶에 지쳐 버린
내 키보다 훨씬 더 커진
또 하나의 나와 함께

여우도 죽을 땐
저 태어난 방향 쪽으로
고개를 둔다 하는 고향으로
마눌님이랑 나란히 넷이서
키 제기하며 고향으로 간다.

옅은 개울가 물 속엔
저무는 해를 길게 늘려 놓고
우릴 향해 반갑게 손짓하듯
반짝 반짝 눈이 부시게
은가루 햇살로 맞이하고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버린
어머님의 쭈그렁 해진 손길과
넉넉한 인심이 살아 있는
포근한 내 고향은 언제나
양팔 벌려 포근히 우리를 맞는다.

- 고향 - II

반짝이는 햇살이 은모래 뿌려 놓아
눈이 부시도록 반사하던 그 개울가

고운 모래 토닥토닥 집짓기 놀이도
물장구치며 함께 놀던 친구 기억도

어느 것 하나 반기지 않는 것 없는
새록새록 쌓인 기억도 즐거운 시골

봄엔 개골개골 합창으로 꿈을 주며
초록 들판에서 희망이 우릴 부르고

여름엔 각종 땀방울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고

가을엔 황금 빛 출렁이는 들녘으로
가슴 가득 가족과 이웃 생각게 하고

겨울 새하얀 눈 내 마음 속 물들여
도심에 찌든 삶을 재충전하게 한다
- 어둠이 내리면 -

오늘도 온 세상에 어둠이 적시어 내리면
밤은 꽃으로 여기 저기 피어오른다

넓은 신작로 양옆 가로등은 낮이 아쉬운 듯
화사하게 시위하며 밤을 밝히고

어느덧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은하수의 강으로 꿈을 피우고

수줍은 안개꽃으로 방안을 비추는 형광등도
창문 밖으로 아스라이 피어나며

어스름한 모퉁이 골목 띄엄띄엄 핀 가로등은
아담한 빛으로 귀가 길 밝힌다

그리고 내 마음도 그 어둠이 내릴 때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길 소원해 본다

내 삶이 작은 촛불 같다 해도
이 꿈의 꽃들과 함께 희망의 등불로 반짝이길

- 체념 -

무심코 살아온 세월들이 어느덧 절반도 남지 않게 살아 버렸다는 생각에 내 사는 동안 무엇을 하였나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 한다

다람쥐 채 바퀴와 같은 생활과 그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

그리고 그 무엇도 과거와 현재를 채울 수 없음에 내 마음 텅 비고 방황의 시간들로 무기력해져 간다

그나마 피 끓는 가슴이 있어  이대로 주저앉아 버리기에는 남은 삶이 너무도 안타까움에 이래서는 안 되지 하는 마음 슬며시 고개를 내 밀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가까스로이 희망 한 조각 벗 삼아 어찌 어찌 추스른 의지에 돌파구를 모색해 보지만
사방 온통 보이지 않는 벽뿐

그러나 유한의 인생임에 또 사지 마비 장애인임에 어쩌지 못하고 체념으로 돌아와 두절했던 모니터 앞에 누워 이렇게 글들로 쏟아 놓는다.

- 사람 -

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사람 몇이 될까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사람답게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헤아려 보기도 합니다

다람쥐 채 바퀴 돌리듯 반복되는 일상
오늘 하루 어제와 무엇이 다른가 반성과
내일은……. 내일은……
하면서 계획도 합니다

그러다 주저앉아 스스로 위안하는 말
어차피 공수래공수거라 되놰도 보고
버거움에 실소와 눈물도 지어 봅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풀지 못할 숙제라고
이런 말도 합니다.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저는 말합니다.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 그리움 -

그대를 향하여 활짝 열려 있습니다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자리한 이 느낌

높푸른 하늘을 봅니다
그대는 그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어뜨립니다
그 눈물 속에 그대는 자리하고 있습니다

씻으면 씻을수록 더 깊이 자리합니다
화인 맞은 흔적으로

굳이 알아주시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한 같은 감정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이 것은 무엇입니까
주체할 수 없습니다
- 기다림 -

기다림은 얼마만큼이라도 좋습니다
기다림이 기다림으로써 끝난 다해도

그대를 향한 마음에 나의 기다림은
나도 모르게 어느덧 마중 나갑니다

기다림에서는 모습이야 옷차림이야
우리 마음 보다 우선하지 못합니다

시공을 넘어 상상의 나래 펼칩니다
추억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에 까지

색 바란 낡은 허수아비가 된 다해도
기다림은 기다림만으로도 좋습니다

- 내 가진 가장 귀한 것 -

선악을 분간 할 수 있는 밝고 아름다운 마음과
높이 깊이 넓이 분간하고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내 가진 모든 것 쉽게 표현 할 수 있는 음성과
수고로서 낙을 누릴 수 있는 튼튼한 손과 다리

아! 우린 이러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고서야
비로소 과거 속에 그 가치를 뒤늦게 알게 된다

꺼지려는 듯 가물거리는 촛불 같은 생명 앞에서
오! 살아 숨쉼으로 존재의 의미 느낄 수 있음에

만물에 오묘하게 깃든 제각각 아름다움 앞에서
흐릿하여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두 눈 있음에

조금만 더 문을 열면 이러하듯 작은 것에서도
내 앞에 주어진 은혜 더욱 소중함 깨닫게 된다

- 하나로 -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야
그 무엇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눈에 보이는 값으로야
그 무엇이 보석으로 비할까

눈에 보이는 깊이와 넓이로야
그 무엇이 밤하늘에 비할까

눈에 보이는 대로야 이렇듯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은데

눈에 보이는 대로야 이렇듯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은데

당신의 눈에 보이는 나와
나의 눈에 보이는 당신은

눈에 보이지 않은 마음 하나로
눈에 보이지 않은 사랑 하나로

그 모든 것 깃들어져 있네
당신과 나 하나로, 하나로

- 삶 -

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힘 가쁜 숨 몰아쉬며
내지르는 고통의 비명 속에
오늘 하루도 처절합니다.

내가 삶아 숨쉬고 있다는 것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고
또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그 짧은 생명에 대함이며
그 힘겨움 함께 나누지 못함과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 때문이며

그 삶 속에 느껴지는 따사로움과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배려와
가족들의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이 속에 나와 당신의 삶
기적 속의 기적입니다.

- 아내 -

마르지 않는 기쁨으로
묵묵한 사랑의 눈길로

한결 같은 따스함으로
부족한 것 채워주시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우리로 생각하는 그대

그림자처럼 함께 했던
한 세월 행복하였노라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이 삶이 무엇인지

며느리와 아내로 겸손
아름다움 한결 같음에

그대는 최상 선물이요
나의 사랑 내 모든 것
- 기도 !

만물의 주인이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 시간 마음과 뜻을 모아 겸손히 고개 숙여
당신께 기도로써 아뢰고자 가까이 나가나이다

우리는 우리를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높이 우나
되돌아보면 영원이란 시간 속에 유한의 존재로서
그 삶이 쏜살같아 눈 깜박 할 사이와 진배없음으로
우리가 우리의 길을 돌아보며 바른 길 걷게 하시어
사랑과 지혜와 믿음의 길을 배워 알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시련과 고통은 때로 부모가 자녀를 단련하듯
사랑의 회초리로 당신의 따듯한 사랑으로 작용하여
그 시련과 고통으로 하여 다른 누구도 원망치 않고
우리가 우리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하시어
당신의 깊고 깊은 사랑 진리로 깨우쳐 주시옵소서

나를 내세워 알리려 하기보다 스스로 낮추는 겸손과
물질과 불의가 흔들더라도 결코 타협치 않는 믿음과
내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랑과
모든 순간 당신께서 주신 약속으로 기쁨과 소망으로
우리가 당신의 집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사람을 만물 중에 가장 아름답게 창조하여 주신
우리 하느님 여호와여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형주에서의 모독과
죽음의 고통 감내하셔서
믿음과 인내와 사랑의 본 되시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구의 기도드리나이다

아멘

- 기도 !!

만물의 심중을 살피시고
상한 영혼을 위로하여 주시는
우리의 하느님 여호와여
이 시간 고개 숙여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일찍이 당신께서는
해와 달을 의로운 자나 불의한 자에게
사랑으로 모두 고루 비추어 주셨고
또 그 사랑으로 인하여
하나뿐인 고귀한 선물 보내 주셔서
우리의 원죄까지 대속하여 주셨으니
찬미와 찬송 받으소서

그렇듯 모든 사랑과 자비의 원천이시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신 우리의 하느님 여호와여

당신을 향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감찰하시고
진리로 인하여 박해와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과
육신의 약함으로 병약한 중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과
연로하신 분들이 변함없이 지켜 오신 믿음에
힘을 주시옵고
매일의 일용할 양식으로
가난하지도 부하지도 않게 하시어
우리 모두가 당신의 진리 잊지 않게 하여 주소서

점점 대처하기 어려운 시대를 사는 이 때에
진심으로 당신을 향한 모든 이들이 서로 격려하고
아픔을 위로하며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사랑과 믿음과 겸손을 부귀영화보다 우선하게 하며
지혜로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여 주소서

인생의 참 의미를 알도록 깨우쳐 주신
우리의 하느님 여호와여

세상에 빛으로 오셔서 사랑과 믿음의 본 되시고
우리를 위하여 죽음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신
우리의 대속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와 탄원으로 기도 드리옵나이다

아멘

- 나 !

나 사람으로 태어나 하늘 아래 살면서
혹시 오늘도 할 일 없이 허송세월로
아무 의미 없이 보내진 않는지 하는
마음으로 잠시 고개를 들어 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그 아래 나 !
나 사람으로 하늘 아래 살아 있음에
내 삶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면

만인의 사랑 받는 밤하늘의 별도 좋겠지만
애타게 기다리는 농부의 맘속 비의 씨로서
잠시 떠돌다 사라지는 한 점 구름이라도
아니 그 무엇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사랑 받는 것도 좋지만 줄줄 아는 사람으로
설탕보다 소금처럼 삶에 꼭 필요한 역할로서
자신의 몸을 태워 빛으로 사라지는 양초처럼
내 삶에 대하여 아름답게 확인할 수 있다면

한 알의 씨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 맺듯이
삶의 온전한 의미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라도 삶에 충실했다면
좀 더 짧고 작은 삶이라도 후회하지 않으리
- 내 몸은 -

내 몸은 91년부터 반목과 시기로 점철된
완전 지방 자치제가 되었다.
그 동안 치열한 내전을 겪으며
전국이 혼란에 빠진 적도 여러 번

사라져 버린 경추 6~7번째를 경계로
아래쪽엔 남방 한계선을 긋고
북방 한계선엔 수뇌부가 자리하여
오늘도 합심해 타결 점을 찾지만

두뇌에서 통신으로 팔과 다리에
거듭 협조 요청해도 전달되지 못하고
그로부터 움직이지 못 하겠다 거부하며
실력 행사를 당하기 일수이다.

때론 부르르 떠는 강한 경직으로
정부를 세차게 흔들어 놓기도 하며
때론 주체하지 못하는 통증으로
수반을 혼미 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상명 하달이 아닌 하명 상달이기에
매 순간 절충이 어렵기도 하지만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기에
단절하지 못하고 언제나 감싸 안는다.
- 시간 속에서 !

이제 나의 삶도 44년을 넘어 섰습니다
세계 평균 인간 수명 38(2002/03월 현재)이라는데
그러나 그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얼마만큼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짧은 순간의 순간을 산 다해도
어떻게 살았는지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온몸으로 사랑을 실천하다 33년 반을 살다
세상의 빛으로서 가신 분의 삶을 돌아보아도
다시 한번 우리는 양보다 질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얀 눈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을 뒤돌아보듯
하나하나 지난날들의 흔적을 되돌아봅니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이지만
그 기억을 더듬으며 지난날을 반성하고
좀더 바르게 걷기를 다짐에 또 다짐하여 봅니다

이제 인생에 남겨진 시간은 덤으로 주어진 삶으로
숨기거나 지워 버리고 싶은 흔적들보다
간직하고 싶었던 기억들로 채워지기를 바라며
계산에 또 계산하여 봅니다

건강하게 산다 해도 백년도 못사는 남은 시간을
누구보다 자신에게 더욱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 친구 -

애써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속 모든 것 함께 하고

내 가진 소유 전부 나누어도
조금도 아깝지 않을 수 있고

하루 종일 함께 하고서도
다음날도 같이 있었으면 하는

내가 아플 때 그가 함께 하고
그가 아플 때 내가 함께 하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항상 손 마주 잡을 수 없어도
따뜻한 사람임을 알 수 있는

사랑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사람다운 친구로 기억 남기를

- 부부 싸움 -

더러는 칼로 물 베기라 합니다
더러는 그래도 사랑이 있어서라 합니다

남는 것은 상처뿐인 부부 싸움
이리 번득 저리 번득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튑니다

사랑의 불꽃인가요?
감정의 불꽃인가요?

가시 돋아 상처만 주는 불꽃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구속하려 하는 것이 아님에
포기하려는 것 더욱 아님에

연애 시절 떠올리며, 당신 밖에 없어요
오늘도 당신 곁에 열심히 살아갑니다

“여간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 잠언 15 : 7
- 믿음 속에서 -

믿음이란 무구한 세월 속 쌓여진 든든한 바탕이며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고 보증된 기대이지요

그대와 나 !  사랑으로……. 진심으로…….
그 믿음의 바탕에 있는데 때론 삐걱거립니다

너무 많은 믿음이라 그런 것이려니 합니다
그래요 쌓인 세월만큼 바라는 것도 많아서

처음엔 그 믿음으로 서로 자신을 반쪽이라 여겼지요
부부로서 여러 해를 함께 보낸 지금 그 믿음으로
우린 서로를 알기에 반쪽을 넘어 온전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우린 그 믿음 아래 소리 내며 산답니다
삐걱대는 한숨 소리도 활짝 웃음 짓는 소리도

- 하늘 -

눈을 들어 가을 하늘을 봅니다
펼쳐진 파아란 하늘 그것만으로도
온몸이 전율하듯 시려짐을 사무치게 느낌니다

바다보다도 더 맑고 투명에 가까운 푸르름으로
그에 넋을 잃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나를 던져 보려 눈을 감고 가다듬어 봅니다

드디어 확고한 마음으로 결심이 썼지만
혹시 하며 실눈으로 하늘을 살짝 훔쳐봅니다

그런데 하늘은 파아란 그 하늘이었는데
분명히 보이던 그 하늘은 하늘이 아니라
그리움이 가을에 녹아든 바다였습니다

그 것은 온통 그리움으로 가득한
마음 속 깊은 자리하여 그리던 당신
그리고 그 모습이 몇 겹의 환영으로 겹쳐진
그리움으로 거기에 바다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존재하는 그 파아란 모든 공간은 당신에 대한
당신을 향한 나를 위한 유일한 길임을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날개를 펄럭이며 뛰어 들었습니다

당신보다 나 자신을 위하여 뛰어든 그 바다
그래서인지 당신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시리도록 푸르른 가을 하늘만이 보입니다

그리움으로 가득한 …….

- 밤 -

목마름으로
밤은 깊어 가고
아쉬움으로
새날이 이어진다.

오늘도 새 아침을 위한
또 다른 하루의
꿈을 잉태하고

날마다 날마다
어둠은 오늘도
그 깊이를 달리하며
그리움으로 새록새록
밤의 깊이를 더해 간다
- 거울 -

사랑에 빠진 나를 거울에 비추어 봅니다.
가운데 코도 있고 그 옆 양편으로 눈도 있고
그 조금 뒤쪽으로 귀가 보이고
한참 그 아래 입도 보입니다.

내 얼굴에 없는 것 없이 다 보이는데
뭔가가 그 뭔가가 부족해 보입니다.

무엇이 부족할까 무엇이 빠진 것 일까
자꾸 다시 들여다보지만 찾을 수가 없습니다.
생각다 못하여 눈을 질끈 감아 봅니다.

이제 보입니다 눈을 질끈 감자마자
무색투명한 마음의 거울이 보이고
그 안에 사랑이 보이고
좀 더 깊숙이 그의 모습도 보입니다.

아 내 사랑 이제 그를 학인하고
미소를 보내기 위해 눈을 들어 봅니다.

그러나 그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거울 속엔 내가 있습니다.

무언가 무엇인가가 부족한 모습으로 …….
- 사랑 -

스스로 방패삼아 세운 키다리 아저씨의 높은 담장에
세상 사람들은 몰라도 나만큼은 하며 빗장 걸어 잠가

내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 하였는데
그 사랑이 나도 모르게 창을 열고 그댈 맞이합니다

그리고 꽁꽁 얼어 버린 내 뜨락에 따사로운 햇볕으로
기적 같이 어느 사이 새싹을 틔운 너무도 고귀한 사랑

그 사랑으로 사뿐사뿐 내 마음에 날아든 어여뿐 그대
어느 사이 아름다움으로 화사함으로 깊은 뿌리 내리고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내 님의 따스한 숨결과 손길로
바람 불면 꺾일까 비 오면 묻힐까 온 마음으로 가꾸어

언제나 은은한 향기 품는 잎사귀와 꽃이 되고
열매 맺어 사랑으로 풀어 내립니다.
네 마음속의 빗장도 겨울도

- 편지 -

언제부턴가 그대를 향한 이 마음
너무도 간절함에, 나는 나도 모르게
오늘도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모니터를 켭니다

그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얼른 당신께 이 진실한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조급함에
나도 모르게 문서 작성기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머릿속에 어른거리는 당신 모습에
바보가 되어 버립니다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간절하면 할수록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 마음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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